스위스가 화물량 증가를 대비해 지하 물류 터널 사업 계획을 밝혔다.
스위스의 지하 물류 교통 민간 연구기관인 CST(Cargo Sous Terrain)가 지난 1월말 지하 물류 터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스위스는 2030년까지 약 45%의 화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고자 50m 지하에 길이 67km, 너비 6m 규모의 화물 전용 선로 구축을 계획 중이다.
CST는 포장된 완제품과 파렛트, 개인 화물 및 중형 이하의 화물 운송을 위한 탄력적이며 내구성 높은 지하 운송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결성된 개발 연구 프로젝트다. CST는 앞서 스위스 연방 정부 지원 하에 2년간 지하 물류 터널 콘셉트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2015년 완료된 기술 및 상업 타당성 조사에 대해 정부로부터 사업 적격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외신 및 물류기술연구센터에 따르면 CST는 1단계 사업으로 오는 2030년까지 해어킹엔(Harkingen)-니더빕(Niederbipp)간 주요 도시의 생산지와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총 66.7km 구간의 지하 터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CST측은 첫 번째 단계로 솔로투른(Solothurn)주 주도인 캔턴스(Cantons)와 베른(Bern), 취리히 등 스위스 동서부 지역 주요 도시를 잇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민간기업 및 단체가 주축이 된 CST는 올해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2016~2017년 중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기업을 공동 설립할 전망이다. 현재 CST 프로젝트에는 쿱(Coop), 대너(Denner), 마노(Manor) 등 스위스 백화점과 소매체인으로 구성된 연합체인 IG DHS, 국영 철도운송사업자(SBB)의 화물 부문인 SBB Cargo, 통신사업자 스위스콤(Swisscomm), 스위스 포스트(Swiss Post), 취리히시 도시 공화국 등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의 총 공사비용은 35억5500만 스위스 프랑(약 3조9600억원)이 소요되고, 이 가운데 약 71%는 터널 공사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단계 사업이 종료된 이후 물류허브가 추가로 착공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는 제네바 호수 일대와 콘스탄스 호수, 바젤, 루체른, 툰 지역까지 연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완료되면 지하터널 내에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파렛트와 다양한 화물 등을 수송하게 된다. 지하 50m 지점까지 내려간 폭 6m 넓이의 지하터널은 효율성과 환경친화성을 고려해 설계될 전망이다.
터널 내에 건설된 3개의 전용차선 중 양끝 차선은 단방향으로 운행되고 가운데는 보조차선(service lane)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CST 관계자는 “전용 지하도로에는 자율주행 차량들이 달릴 수 있는 차선을 3개로 구상하고 있다”며 “그 중 한 개 차선은 노선 변경이나 물품 회수와 같은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공간에서 움직일 소형 무인자율 차량은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완전 자동으로 동작하며, 운행 속도는 시속 30km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CST 측이 설명회에서 공개한 무인 차량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지상에서 운행되는 트럭형태가 아닌 중소형 화물을 쉽고 빠르게 소송할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이들 차량은 다양한 화물 운반 외에 화물 적재와 하적 업무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 자율주행을 차량을 24시간 운영한다는 것이 CST의 계획으로 취리히-베른 구간이 첫 대상이다. 또한 터널 최상층부에는 지름 30cm미만의 작은 화물만을 무인 자율주행 차량의 2배 속도인 시속 60km로 운반할 수 있는 모노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다.
스위스의 지하 자율 수송망은 환경부하 저감이란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상의 경우 트럭이 CO2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다, 교통정체 등으로 트럭의 연비도 악화되고 있다. 지하물류망은 지상물류와 비교해 80% 이상의 CO2가 삭감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위스 정부는 2010~2030년 45% 가량 화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화물이 증가하게 되면 스위스 도로와 철도 시스템에 심각한 병목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CST측은 시스템이 완공되면 오는 2030년까지 고속도로 교통량의 40%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스위스 정부가 전망하는 45%의 교통량 증가분의 상당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물류터널의 단가는 기존 교통시스템에 비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부대비용과 물류효율성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CST 시스템 이용 시 평균 단가는 톤킬로미터 당 0.51달러로 기존 교통시스템의 0.36달러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2030년 물류 상승분과 물류 효율성 증가에 따른 비용 절감분, 창고 공간 및 인건비 절감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CST 측의 주장이다. 2036년쯤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CST는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1~30만 스위스 프랑 이상의 투자기관을 모집하고 있다. 스위스 일간지 타게스 안자이거에 따르면 CST의 투자상담 총괄인 대니얼 비너(Daniel Wiener)는 물류용 지하터널과 무인 자율주행 차량 사업이 향후 해외 수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보험사와 연금기관 등이 큰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구글과 우버도 CST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스위스는 영국 런던에서 이탈리아 제노아에 이르는 유럽의 경제발전 지역인 이른바 ‘파란 바나나(Blue Banana)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으나, 알프스산맥이 유럽 역내 무역과 교통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알프스산맥은 물류를 지연시키거나 리드타임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히며, 인접국가 이동시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위스의 지하 물류 터널 계획은 이를 해결할 좋은 방법으로 24시간 365일 가동이 실현되면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었던 부분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물류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다. 게다가 지하 물류망은 최종적으로는 온라인상에서의 원격조작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물류가 정보산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화물이 투입되고 지하에서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루트가 계산된 이후 화물을 탑재한 차량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이를 컴퓨터상에서 관리‧처리한다는 점에서 물류는 IT산업과 동등한 의미를 갖는다. CST 측은 지하 물류망 구축을 통해 스위스를 명실상부한 유로권의 물류거점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향후 관련 노하우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이미 ‘몰 솔루션(Mole solution)’이라는 업체가 영국 노스햄프턴 지역에 시험 트랙을 설치하고 몰(Mole)이라는 이름의 무인 지하수송 화물차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는 기존 지하철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비용이 저렴하다. 몰은 1.3m에서 2.4m 지름의 튜브 안쪽에서 운행하도록 설계됐다. 게다가 리니어 인덕션 모터(Linear Induction motor)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운행은 24시간 무인으로 작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도 스위스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비용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지하에 수백km가 넘는 선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